퍼지다, 번지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우리나라 지역의 숨은 가치를 발굴해 도시로 세계로 퍼져나가도록 한다. 문화가 퍼지고 사람들의 삶에 작은 가치가 투영되도록.

일본에 가면 600년 된 메밀국수집, 300년 된 양조장 등 수대를 이어져 오는 오래된 장인들이 있습니다. 하다못해 젓가락 가게도 100년 넘은 집들이 수두룩합니다. 이를 보며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된 장인들이 없는가’라고 묻곤 합니다. 어떤 이들은 ‘사농공상’이라 해서 기술을 학문과 농사보다 아래 두며 하대했던 전통사회를 탓하기도 하고, 무엇이든 쉽게 빨리 바꾸어 버리는 우리 민족의 조급성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기술’로 치면 우리나라는 동아시아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국이었습니다. 중국에서 목판 인쇄술이 들어왔지만 금속활자를 먼저 발명한 것은 우리였고, 중국에서 종이 만드는 기술이 들어왔지만, 고려의 종이는 최고급이어서 오히려 송나라에 수출할 정도였습니다. 도자기의 종주국도 중국이지만 상감청자를 구하기 위해 아랍 상인들이 고려까지 건너왔습니다. 임진왜란 때 많은 도공들이 일본에 끌려가자 놋으로 만든 유기 문화를 이룩하기도 했습니다. 고추는 임진왜란 때 들어온 외래 작물이지만, 김치와 고추장 등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문화로 꽃피웠습니다.

우리나라를 두고 ‘패스트 팔로워’의 나라라고 합니다. 최초로 만드는 것은 없지만 무엇이든 최초를 뛰어 넘는 ‘베스트’를 만들어내는 나라입니다. 우리는 대형 화물선, TV, 반도체, 스마트폰을 세계 최초로 만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세계 최고의 화물선과 TV, 반도체,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수백 년 된 장인이 남지 않은 것은 ‘사농공상’이나 조급한 민족성 때문이 아니라는 방증입니다.

우리는 불과 100년 사이 식민지배와 전쟁, 산업화 등 수탈과 파괴, 급격한 사회변동을 겪었습니다. 무엇 하나 남지 않은 폐허 속에서 생존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했고, 옛 것을 돌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우후죽순 공장이 세워졌고, 사람들은 공장과 직장이 있는 대도시로 몰려들었습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선망의 대상이자 따라 잡아야 할 목표였고, 그들의 산업뿐만 아니라 문화와 사상까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우리의 것들은 빠르게 잊혀졌습니다.

그 사이 천지개벽할 정도로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쌀을 주식으로 하고 쇠젓가락을 사용하며, 밤하늘 은하수를 바라보며 ‘밀키웨이’라 하지 않고 ‘견우와 직녀’설화를 이야기합니다. 삶 곳곳에 남아 있는 수천 년 역사의 증거는 단지 흔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맥락으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좇기에만 급급했습니다. 안동은 대구를 좇고, 대구는 서울을 좇고, 서울은 뉴욕을 좇았습니다. 이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의 방식을 고집하면 우리는 항상 꽁무니에만 있을 뿐입니다.
대구가 안동을 좇게 하면, 서울이 대구를 좇게 될 것이고, 나아가 뉴욕이 안동을 찾게 될 수 있습니다. 패스트 팔로워에서 한 걸음 도약해 ‘패러다임 시프터(Paradigm Shifter)’가 되고자 합니다.

보통 제품을 만들면 ‘Made in OO’이라는 식으로 생산 지역을 표시합니다. 그러나 세계적 분업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21세기에는 이런 표시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유니클로 라벨에는 ‘Made in Bangladesh’라고 표시돼 있지만, 방글라데시의 전통과 가치를 찾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제품에 담긴 가치를 고민합니다. 우리가 찾는 가치 속에는 지역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Made in OO’ 가 아니라 ‘Made from OO’로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저희 프로젝트 이름을 “OO로부터 찾은 가치”, 즉 ‘지역에서 새로 찾은 오래된 가치를 온 세상에 퍼뜨린다’는 뜻을 담아 ‘로부터(ROBUTER)’로 지었습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경북 상주 함창의 명주와 배냇저고리입니다. 명주는 인류 문명의 태동부터 함께한 천연 섬유입니다. 고급 섬유의 대명사로 수천 년을 이어왔고, 도자기처럼 명주 역시 중국의 실크 못지 않게 신라, 고려, 조선의 명주가 최고급으로 꼽혔습니다.
지금은 화학 섬유의 등장과 함께 소수만이 향유하는 문화가 됐지만, 천연섬유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며 새로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를 이어 명주를 지킨 장인을 찾아가 명주에 대한 현대적 활용 가능성을 모색했습니다.

우리에게 600년 된 장인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잠시 잊고 있었을 뿐입니다. 곳곳에 숨어 있는 장인과 지역의 가치를 찾는 ROBUTER의 첫 여행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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